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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및 문화/영화 외국드라마

[영화 곡성] 당신은 미끼를 물었는가?

by JJ.LOG 2016.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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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리뷰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객들에게 미끼를 던진 영화, 곡성. 하지만 낚시하듯 막 만듯 영화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게 진짜 먹이인지, 미끼인지 살랑살랑 거리는 낙시바늘을 앞에 두고, 고민하기에 충분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나름 결말의 반전까지 보여주며 끝까지 약 올리듯 낙시대를 드리우고 말하고 있습니다. 

"헷갈리지? 그래 그럴거여. 정답은 없는거여."


저 역시 곡성을 보고 나서 내가 생각한 것이 맞나, 하며 이런 저런 리뷰들을 찾아서 읽어봤습니다. 읽어보면서 대부분 제 생각과 비슷한 의견이었는데 생각보다 다른 의견도 많은 걸 보고 나홍진 감독이 의도 한 것이 바로 이런 것 이었겠구나,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도 있다는걸 의도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언제든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인간의 믿음 이란 것의 실체


마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급기야 딸 효진까지 같은 증세가 되자 아버지 종구 (곽도원 씨)는 눈이 돌아버립니다. 그리고 여러 소문을 통해 일본놈이 들어오고 부터 이런 일이 생겼다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딸에게 붙은 귀신을 떼어내기 위해 그의 어머니가 용하다고 데려온 무당, 일광 (황정민 씨)에게 천만원이나 주고 굿을 하게 되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딸이 발작을 하고 너무 힘들어하자 종구는 굿을 중단시킵니다. 거기서 일광은 일본놈의 악귀를 쫒는 굿인척 하고 있지만 딸 효진을 헤치는 굿이었죠. 맞주술 중인 듯 오버랩해서 보여주던 일본놈이 죽을 뻔 한건 무명 (천우희) 때문 인 듯 했습니다. 일본놈을 차사고 나게 만든 것도 일광 덕이 아닌 무명이 행한 것 같았구요. 중간에 일광이 일본식 빤스인 훈도시를 입고 있는 장면을 보여 준 것으로 보아 일본놈과 같은 편이거나 적어도 그와 같은 종교 (악마를 숭배하는)나 계파의 사람일 거라는 걸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황정민이 죽은 사람 사진을 찍고 트렁크에 실린 박스 안에도 사진들이 잔뜩 있었죠. 일본놈이 행한 짓거리와 똑같았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그 사람의 영혼이 사진에 함께 깃든다는 말이 있어서 예로부터 사진은 주술에 자주 쓰이는 소재이긴 합니다.) 아무튼 곽도원이 차사고로 일본놈을 죽이고 오자, 병원에 있던 효진은 기적처럼 나았고, 그는 역시 일본놈 때문 이었어, 라고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일광 (황정민)은 무명 (천우희)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보자마자 코피를 쏟고 오바이트를 하고 겁에 질려 도망을 가죠. 그 장면에서 일광과 무명은 서로 정반대의 귀신(?)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고 무명의 기운이 더욱 세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황정민은 짐을 싸서 도망을 가지만 차 유리에 나방이 날아와 부딪쳐 다시 돌아옵니다. 이건 일본놈이 황정민을 가지 못하게 막았다고 해석하는게 젤 맞지않나 싶네요. 와서 니가 할 일을 마저 마무리 해란 뜻일지도요. 그리고 황정민은 곽도원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이 잘못 짚었다, 일본놈이 아니라 흰소복입은 여자가 악귀다고 천우희를 지목하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던지 절대 현혹되지말라고 경고를 한 뒤, 빨리 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천우희는 닭이 세번 울리기전에 가면 가족이 모두 죽을거니 가지마라고 경고를 하고 급기야 가려는 그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하지만 늘 죽은 사람들의 옷을 입고 있던 천우희를 보고 곽도원은 '아, 진짜 이 여자 짓이구나.'라는 확신을 하고 집에 달려갑니다. 하지만 이미 가족은 모두 죽어있었습니다. 







종합해서 보자면 


- 버섯 : 실체하는 진짜 원인, 미끼.


- 일본놈과 황정민 : 악마 (사탄)를 숭배하는 어떤 종교를 갖고 있는 그런 신을 모시는 같은 부류의 사람. 같은 편 혹은 협력관계. 일본놈은 사탄의 부활을, 황정민은 금전적인 큰 이득을 보는 그런 상황. 죽은 사람들의 집엔 모두 굿을 한 흔적이 있었음. 문에 걸린 해골모양의 줄로 보아 그 굿도 모두 황정민이 한 것으로 보이고, 굿의 비용이 천만원이니 단시간에 수입을 엄청나게 끌어당겼을거임. 몸에 좋다고 소문낸 버섯물(미끼)을 마시고 증상을 보인 사람이 표적이 됨. -> 황정민이 굿을 함 (돈도 벌고 사람도 죽임)


- 천우희 :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사람정도 인 듯. 돌장난을 치던 모습으로 보아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지키는 도깨비 신 정도가 아닐까. (도깨비는 장난이 많지만 사람을 헤치지않고, 관심받고 싶어하는 캐릭터니까.) 죽은 사람의 옷을 입고 있었던건 그 영을 기리거나, 죽기전 어떻게해서든 보호를 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냥 해석하기 나름인 듯. 그리고 현실을 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듯. 곽도원의 꿈이 꿈이 아니라고 했듯 , 닭이 세번 울리고 갔으면 곽도원이 꿈에서 깼을 것 같다는 의견이 다수. 닭이 세번 울리고 갔어도 어차피 가족들이 이미 죽어있었을거 아니냐, 라는 반박에 대응할 수 있는 꽤 설득력 있는 전제인듯


- 좀비 : 일본놈은 사람의 영을 받쳐서 사탄을 부활시키려 하는 것 같고, 트럭에서 죽어있던 그 남자의 사진을 갖다놓고 주술을 하던 중에 실패했지만 보러 갔더니 트럭에서 사라져서 '엥? 어디갔지? 실패한 줄 알았는데.'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음. 좀비는 주술이 중단되어서 나온 사탄부활의 실패작 정도로 보면 될 듯.


- 까마귀 : 까마귀가 상징적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까마귀는 이런 쪽에서는 좋은 의미의 동물이라고 함. 그래서 천우희가 효진을 지켜주기위해 그 집 장독에 넣어둔 것 같고, 황정민에게 꺼져라고 경고하기 위해 보낸 것 같음.







정말 얘기하면 할수록 더 길어질 것 같아서 꿈보다 해몽같은 리뷰는 슬슬 마무리 해야 겠습니다. 150분짜리 영화보고 150분 이상은 리뷰할 수 있을 것도 같네요. 이렇게 해석하나 저렇게 해석하나 결국 곡성의 결말은 다 죽었고, 머리에 뿔 달린 사탄은 부활했고그런 느낌이라 솔직히 결말이 좀 불편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에이~ 이게 말이 되나? 라고 반문할 생각은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많이 답답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장면들이 너무 어두워서 그랬기도했고, 계속 피가 난자한 장면들이 나왔고, 시끄럽게 굿을 하고, 주술을 외고 하는 장면들이 거북하게 느껴졌습니다. 근데 재밌게는 봤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죠. 분명 특이하고 잘 만든 것 같은 영화긴 한데 제 입맛엔 별로 안맞았는 것 같네요. 곡성의 해외반응이 굉장하다는 소릴 들었는데 올드보이를 좋아했던 외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근데 이 영화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요?


"절대 현혹되지 마소."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요? 누군가의 속삭임, 그게 천사의 속삭임일지 악마의 속삭임일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 그저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믿음을 굳게 가져라,는 말일까요? 미신같은거 믿지말고 아프면 병원가라는 말일까요? 천우희는 사람이었을까요? 아니면 사람이 아닌 수호신이었을까요? 일본놈은 사람이었을까요? 아니면 사람의 형상을 한 악마였을까요? 일본놈은 차에 치여 죽은 걸까요? 죽은 뒤 사탄으로 부활 한 걸까요? 아니면 일본놈을 찾아간 부제앞에 비춰진 그 모습이 단지 뿔달린 사탄의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걸 상징하는 걸까요? 사실 관객의 입장에서 화면으로 본 사실만을 갖고 해석을 하고 있지만 그것조차 우릴 현혹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건 아닐까요?

깊게 파고들면 파고 들수록 끝이 없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실체가 진짜 실체의 본모습이 아니다 라는건 충분히 알겠습니다. 빙산의 일각처럼 우린 일부만을 보며 판단하고 쉽게 믿어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런 얕은 믿음을 갖고 온갖 소문과 매스컴 등에 현혹되기 바쁜 사람들을 미신과 주술같은 비과학적인 것들을 보여주며 더욱 강력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아이러니한 비판을 한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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