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기분이 울적했던 며칠 전, 잠이 안와서 영화나 한 편 볼까 하고 봤던
영화 스틸 라이프.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조용하고, 잔잔하다못해 고독함이 밀려와서 초반부에 '그냥 보지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끝까지 다 보게 됐는데 결말까지 다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에 한참동안 멍했지만 그 덕에 오랫동안 남는 여운으로 더욱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삶에 대해, 그리고 죽음에 대해 그리고 고독사에 대해...
구청 공무원 존 메이.
그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혼자 고독사 한 사람의 유품을 단서삼아 추도문을 작성하고, 가족들을 찾아내어 장례식에 초대하고, 장례식을 진행하는 것 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는건가요?
아무튼 집 - 회사 - 집 이란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그는 홀로 쓸쓸하게 죽은 알지도 못하는 그 누군가를 위해 늘 정성껏 장례준비를 하죠.
하지만 고인에 대한 예를 다해 너무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일을 하다보니, 느린 일 처리와 예산을 문제삼아 존 메이를 해고하기로 합니다.
그 상황이라면 누구나 그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터져버릴텐데 해고통보를 받은 존의 첫마디는 "그럼 오늘 아침에 생긴 건은 어쩌죠?"
짤리는 마당에 마지막까지 죽은 이에 대한 책임감을 다 하려는 그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늘 집 - 회사 - 집이란 같은 루트의 삶만 살다가 마지막건 처리를 위해 존은 회사에서 전화를 받고, 자료를 뒤적이는 대신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맡은 죽은 이의 이름은 빌리 스토크. 그의 가족들과 그를 아는 친구들을 찾아내기위해 여기저기 다니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게 됩니다.
노숙자들이 입 댄 술을 자신도 한모금 마셔보기도 하고, 트럭에서 떨어진 하겐다즈를 주워 퍼먹기도 하고.
늘 똑같았던 그의 삶이 아주 사소한 것 부터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늘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주인공이 스틸 라이프의 후반부로 가면 조금씩 웃게 되죠.
그래서 뻔하고 행복한 결말을 예상하며, 이제 고독함에서 벗어나겠구나 싶었는데, 역시 인생은 그리 단순한게 아니더군요.
이 영화를 보면 살면서 느끼는 고독함, 인간의 외로움등의 삶과 자연스레 맞게 되는 죽음,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고독사 등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과연 내가 죽으면 진심으로 날 추억하며 꽃한송이 놓아두고 갈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니 문득 지금의 삶이 더 고독해졌습니다.
삶과 죽음은 완전 반대의 의미같지만 구분되기보다는 그냥 평행선에 함께 놓여져 있는 것 같아요.
한글 제목으로 스틸 라이프 라고 봐서 전 steal 을 떠올렸었는데 원제를 보니 still life 더군요.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영화와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still...
죽음 후에 대한 삶은 한번도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믿지도 않지만 그래도 잘 사는 것 만큼이나 잘 죽는 것도 필요하겠단 생각도 드네요.
고독사 한 그들도 존 메이 씨가 곁에 있어서 죽음 후의 삶은 고독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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