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5일 토요일에 방송된 디어 마이 프렌즈 14회를 보며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회도 빠트리지 않고 디마프를 봐 온 애청자로서 진짜 오늘 한 (12시 넘었으니 어제라고 해야하지만 저는 아직 안자고 있고, 그 여운이 가시질 않고 있으니 그냥 오늘 봤다고 표현 하겠습니다.) 14회 방송은 최고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TV보면서 이렇게 펑펑 소리내서 울어보긴 거의 처음 인 것 같습니다. 아마 디마프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 대부분이 울컥했던 회차가 아니었나 예상해봅니다.
출연 배우들 모두 연기 내공이 어마무시한 배우분들이라서 연기에 대한 건 어디 하나 흠 잡을 것 없이 훌륭하지만 이번 편의 연기는 모두가 진짜 대박이었습니다. 연기 내공 뿐 만 아니라 살아온 내공까지 느껴졌던 그 표정과 말투와 울부짖음. 특히 오늘 김혜자 님과 고현정 님의 장면에서 가장 많이 힘들었네요. 너무 슬퍼서 보는 사람까지 힘들게 만들었던 엄청난 연기였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조희자. (김혜자) 희자가 등에 갓난 아이를 엎은듯한 모습으로 어딜 걸어가나 했더니 첫째 아들이 아기일 때 아파서 혼자 업고 병원에 걸어갔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죽어있었던 그 일이 그렇게나 사무쳐서 자꾸 그 시절로 돌아갔던 거였군요. 그걸 안 시점부터 전 울컥울컥하고 있었는데 죽고 못사는 가장 친한 친구 문정아 (나문희)에게 욕을 하며 무섭게 굴길래 왜 저러나 했더니 대사가 정말... 그때 희자의 감정과 함께 제 감정 빵 터져버려 엄청나게 울었습니다. 이때 했던 희자의 대사와 그 표정이 지금 이 포스팅을 하고 있는 중에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정아에게 소리치며 한맺힌 듯 말하던 희자의 대사는 대충 이러합니다.
네가 왜 와. 나쁜X. 네가 여길 어떻게 와. 네가 감히 여길 어떻게 와.
내가 너한테 전화했지. 내 아들이 열감긴데 도와달라고. 약 먹었는데 안낫는다고, 무섭다고 와달랬지.
넌 왜 맨날 그렇게 사는게 힘들어.
남편도 전화안되고 밤에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기껏 전화했더니 나보고 "나도 힘든데 징징대지 말라고~!!" 그러고 너 전화 끊었지. 난 너밖에 없었는데... 왜 맨날 힘들어서 내가 맘놓고 기대지도 못하게 해.
그걸 들은 정아가 털썩 주저앉을때 저도 다리에 힘이 쫙 풀리더군요. 항상 나사 하나 빠진 것 처럼 "정아야~" 하며 낭창하게 상냥하게 부르던 희자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 줄도 몰랐고, 그런 아픔이 있을지도 상상 못했습니다. 첫째 아들을 등에서 죽게 만들었던 그 죄책감, 그리고 전화를 받지않던 남편과 도움을 주지않았던 친구에 대한 원망이 뼛속깊이 사무쳐 누구에게도 내색하지도 못한 채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던거죠. 늘 아무생각 없어보이던 캐릭터의 희자라서 그 상황이 더더욱 슬프고 아프게 전해졌습니다. 진작 말하고, 욕하고, 원망하며 그렇게 살았다면 지금 희자의 과대망상증과 치매는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마음의 병의 쌓이고 쌓이면 언제간 그게 몸의 병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정아를 향한 희자의 원망, 그걸 처음으로 토해내던 그 장면을 전 디어 마이 프렌즈 전체를 통틀어서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오늘 김혜자 님의 연기는 연기 그 이상을 뛰어넘는 듯 해 보였습니다. 진짜 무서운 배우십니다. 정말 건강하게 오랫동안 연기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응원하겠습니다.
희자의 장면에서 저까지 감정 소모를 너무 심하게 해버렸는데 마지막 끝날 때 고현정 씨가 또 남아있던 기운까지 마저 쫘악 빼주셨습니다. 엄마 장난희 (고두심)가 간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박완 (고현정)은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갔죠. 펜션에서 울고 웃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화장실에 간 완이의 자학 연기, 그리고 함께 이어진 나레이션이 엄청 났습니다. 저 수많은 대선배님들 속에서 전혀 뒤처짐없이 멋진 연기 내공을 보여주고 계시는 고형정 님. 오늘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의 뺨을 때리던 그 모습은 정말 소름 끼쳤습니다. 엄청 세게 때리던데... 디마프에서 예쁜척 하려 하지않고 연기에만 집중하며 모든 걸 보여주고 계신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오늘 나레이션 역시 많은 시청자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자식들의 눈물을 쏘옥 빼놓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완이 했던 나레이션은 이러했습니다.
엄마의 암소식을 처음으로 영원 이모에게 전해들으며, 그때 난 분명히 내 이기심을 보았다.
암 걸린 엄마 걱정은 나중이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사나 그리고 연하는 어쩌나... 난 오직 내 걱정 뿐 이었다. 그러니까 장난희 딸 나, 박완은. 그러니까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 다 너무나 염치 없으므로.
예전에 저 아는 분께서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씀을 하시던게 생각납니다.
"우리 아들은 나 죽으면 울긴 울거야. 근데 '엄마 죽으면 내 밥은 누가 해줘.' 하면서 울거야." 하면서 씁쓸하게 웃으시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엄마는 당연히 '내가 태어날때부터 늘 있던 사람' 으로 인지하고 있기때문에 엄마의 부재를 직접 겪지않는 이상은 그걸 잘 모릅니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게 되면 "우리 엄마, 이 좋은 세상 맘껏 재밌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빨리 죽어서 불쌍해서 어떻게 해. 우리 엄마 불쌍해서 어떡해." 하면서 우는 자식들은 잘 없죠. 대부분 "엄마 없으면 나 어떡하라고. 엄마없이 우린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말하며 웁니다. 그렇게 우린 끝까지 우리 생각만 하는 겁니다. 엄마는 '나의 엄마'이기 이전에 그저 보통의 사람, 한명의 여자 일 뿐 입니다. 그걸 늘 인지하며 살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볼 때마다 엄마 생각에 눈물 짓게 만드는 디어 마이 프렌즈... 정말 오늘 연기와 대사 그 무엇 하나 흠 잡을 것 없이 저에겐 최고의 회차로 기억 될 것 같습니다. 디마프 14회 명장면과 명대사는 오늘 못보신 분들은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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